■ 백화점과 면세점 비교
백화점과 면세점은 비즈니스 모델이 다르다.
백화점 사업은 입지와 MD(Merchandising) 능력이 핵심이다.
첫째, 입지 측면에서 고객 트래픽이 많은 곳에 백화점을 짓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백화점의 업의 본질은 부동산업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둘째, MD 능력이란 소비자의 트렌드를 잘 파악하여 적절한 제품을,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가격으로, 적절한 물량을 매입하여 수익화를 극대화할 수 있는 역량이다.
이러한 역량이 중요한 이유는 백화점은 기본적으로 공간과 시간이 제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면세점은 입지가 갖는 중요도가 백화점에 비해 떨어진다. → 이 부분은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다.
호텔신라 면세점은 현재 고객 트래픽이 적은 남산 기슭 장충동에 위치해 있다.
또한 MD 능력도 크게 중요치 않다. 어차피 판매되는 브랜드는 루이비통/에르메스/ 샤넬/ 구찌/ 프라다 같은 명품이다.
화장품으로는 랑콤/ 라메르/ 에스티로더/ 시세이도/ SKⅡ / 후 / 설화수 등으로 글로벌 브랜드로 제한적이다.
대신 글로벌 브랜드들과의 네트워크, 즉 상품 소싱 능력이 핵심 역량이 된다.
백화점과 면세점 사업의 가장 큰 차이는, 면세점은 공급 주도 시장이라는 점이다.
면세점은 수요가 많아도 글로벌 브랜드 업체에서 물량을 많이 공급해주지 않는다.
글로벌 브랜드의 리테일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면세 상품이 시장에 많이 풀리게 되면
가격 교란 및 브랜드 인지도 훼손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 관리에서 가격 통제가 가장 중요하다.
제품 가격이 지역별/ 시기별로 차이가 크다면 해당 브랜드 인지도는 무너지게 되어 있다.
따라서 신뢰할 수 있는 사업자에게만 제품을 공급한다.
■ 매출 구조→ 화장품이 중요
면세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은 화장품이다.
면세점의 화장품 매출 비중은 2010년 36%에서 2019년 69%까지 큰 폭으로 상승했다.
면세점에서 화장품이 워낙 많이 팔리다 보니
국내 전체 화장품 시장에서 면세점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47%까지 상승했다.
실제로 호텔롯데와 호텔신라는 단일 업체로 글로벌 화장품을 가장 대량으로 직매입하는 회사들이다.
따라서 면세점 시장을 제외하고 한국 화장품 시장을 논하기 어려워졌다.
▶화장품 매출 비중이 높은 이유
① 면세 한도가 800달러로 가격대가 화장품이 적합
필수 소비재이고 구매 한도가 없으며 면세 한도를 약간 초과하더라도 입국 세관에서 양해가 되기도 한다.
② 중국 글로벌 럭셔리 화장품에 대한 수요 증가
전 세계에서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를 가장 저렴한 가격, 다양한 종류, 많이 판매하고, 최신 카테고리까지 구비하고 있는 곳이 한국 면세점이다.
③ 한국 면세점의 높은 가격경쟁력
백화점 평균 판매수수료율 30%, 홈쇼핑 33%, 오픈마켓 15%, 면세점은 50%
브랜드 업체 입장에서 50%나 줘도 판매량이 많고,
럭셔리 화장품의 경우 원가율이 20% 정도밖에 안 되기에 수익성 나쁘지 않다.
④ 운반 가성비 가장 높은 제품
중국 세관을 통과할 때 시계나 가방류는 단속이 엄하기에 따이공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다고 한다.
화장품은 이들 카테고리보다 가격이 낮고 소모품이기에 단속이 약하다.
■ 수익 구조→ 판관비 부담이 크다
면세점 직매입이고 판매 효율도 월등히 높기 때문에 백화점보다 바잉파워가 세다.
백화점의 GPM(매출 총이익률) 30%,
면세점의 GPM이 40%
화장품 비중이 높을수록 50%에 가까워진다.
백화점보다 GPM(매출 총이익률)은 높지만 판관비 부담이 크다.
인천공항점의 경우 임차료로 매출의 40%가량이 지출된다.
시내점의 경우 공항 임차료는 없지만 인바운드 여행사들에게 알선수수료를 매출의 25%가량 지출된다.
2020년 전에는 면세점 업체가 인천공항에 역마진으로 입점했다.
영업손실이 뻔한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임차료를 높게 내는 걸 감수하고 입점했다는 말이다.
기업들이 역마진을 내면서 인천공항 입점을 고집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① 매출 규모 증대 효과
유통 역량의 핵심은 높은 매출 규모를 기반으로 한 '바잉파워'
글로벌 톱 브랜드 유치를 위해서 매출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었다.
인천공항에 입점하는 순간 5,000~8,000억원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매출 규모가 바로 두 배로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
② 글로벌 공항 면세점 입점을 위한 평판 쌓기
글로벌 여행 트래픽이 많은 공항 면세점에 입점하려면 공항 면세점 운영 이력이 필요하다.
최근 인천공항 헤게모니가 면세점으로 이동했다.
면세 사업자들의 매출 규모가 시내 면세점 매출을 통해 크게 늘어났다.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이 없어도 글로벌 브랜드와의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제품을 소싱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롯데와 신라는 글로벌 공항점 진출에 성공하여 이력을 쌓고 있기에 더 이상 인천공항에 역마진으로 입점할 필요가 없어졌다.
면세점 사업에서 과연 '입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국내를 대표하는 면세점 BIG3의 핵심은 명동이다.
우리가 쇼핑할 때를, 가장 큰 쇼핑몰 3개가 모여 있는 곳과 따로 멀리 떨어진 1곳이 있다.
"당신은 어느 곳을 가겠는가?"
따이공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관광객이라면 관광지의 랜드마크를 가려고 할 것이고 따이공이라면 다양한 물건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으로 갈 것이다.
이와 같은 점을 생각했을 때 국내 면세점 사업자들에게 명동이라는 입지는 단순히 지리적으로 좋은 위치가 아니다.
하나의 랜드마크를 만들 수 있는 요소이며 시너지를 만들어 인지도를 높이기 좋은 요소다.
면세사업에서 좋은 입지는 경쟁력이자 경제적 해자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면세점 BIG3(롯데, 호텔신라, 신세계)의 경쟁력 및 경제적 해자는
①글로벌 브랜드들과 네트워크
②입지
하지만 화장품 위주의 판매, 높은 비용 구조로 인해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호텔신라, 신세계의 10년 주가 흐름을 보면 알겠지만, 우상향이라고 볼 수 없다.
장기 투자, 안정적 투자하기에는 어려운 회사라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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